투자/경제이야기

열 살 아이의 “전세야?” 질문에 담긴 우리 사회의 단면

감튀러버 2025. 4. 28. 07:43

며칠 전, 회사 선배가 이런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그의 첫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아빠, 우리 집은 몇 평이야? 전세야?”


그 질문을 들은 선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고 해요. 전세라는 단어가 뭔지 알기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그 아이는 강남 대치동에 사는 것도 아니고, 지방의 평범한 초등학생이었거든요.


사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부촌’ 지역 아이들이 서로 부모의 재산 수준을 기준으로 친구를 가른다거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전세인지 자가인지 판단한다는 사례 말이죠.


그저 극단적인 예시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들으니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1등급은 빚 없는 자가"라는 아이들 사이의 서열

더 놀라운 건 강남 같은 지역에서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 서열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치동에서 ‘1등급’은 빚이 하나도 없는 ‘완전 자가’라고 해요. 즉, 부모 명의의 집이 담보대출 하나 없이 깔끔해야 한다는 거죠.


2등급은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자가, 3등급은 전세권 여부로 판단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아래는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등급 바깥으로 여겨진다고도 하네요. 물론 아이들이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보는 건 아니고, 이건 다 부모가 확인해주는 거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부모가 자녀의 친구까지 골라주는 시대인 겁니다.


집의 평수와 브랜드로도 서열이 나뉜다?

요즘에는 아파트 브랜드나 평수, 신축 여부로도 아이들 사이의 계급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신축 대단지의 1군 브랜드 아파트에 살면 그 자체로 '상위 계급'으로 인정받는 식이죠.


그래서 무리해서 강남으로 이사한 부모가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자, 다시 외곽으로 이사했다는 사연도 있고, 어떤 부모는 “신축 대형 평수 전세 대신 구축 소형 평수라도 자가로 가야 하나요?”라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저도 부모가 되고 나니 이런 현상이 단지 ‘어른들 세계의 일’이 아니라는 걸 절감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의 태도를 그대로 배웁니다.
친구의 집값을 검색해보고, 평수를 묻고, 전세냐 자가냐를 따지는 아이의 뿌리는 바로 부모에게 있는 것이죠.


사실 열 살짜리 아이가 ‘전세’라는 개념을 아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 앞에서 집값과 대출 이야기를 일상처럼 한다면 아이는 그것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게 될 테니까요.


등기부등본까지 열람하는 심리, 그 끝은 어디일까

부모가 남의 집 등기부등본까지 떼어보고 자녀의 친구를 가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론 순수한 궁금증도 듭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아이의 친구관계가 곧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한다고 믿는 걸까요, 아니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우리 아이에게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과도한 보호심리일까요?


맺으며

우리는 언제부터 남의 삶을 이렇게 깊숙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게 되었을까요.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신분증’처럼 느껴지는 요즘,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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